서울 한복판 구로중학교에 제주도가 떴다!

4월 2일 구로중학교 ‘제주왔구로’ 행사

푸른 제주 바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도, 푸른 하늘 바닷바람 시원한 중문해수욕장도 한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에 들뜬 학생들은 반마다 개성 넘치는 단체복을 맞춰 입고 시종일관 웃음꽃을 지었다. 마스크도 웃음소리를 가두지 못했다. 미세먼지를 갓 떨친 4월 2일, 서울 한복판 구로중학교에 ‘제주도’가 내렸다.
“한 번도 제주도에 가보지 못했는데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한 학생이 또랑또랑하게 말하고는 부끄러운 듯 황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반 친구들이 손짓하며 불렀다. 모두 즐거운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갈 수 없다면 가져오자!”

중3 제자들에게 추억 남겨주고픈 선생님들의 특별 이벤트 

“갈 수 없다면 가져오자!”
중3 제자들에게 추억 남겨주고픈
선생님들의 특별 이벤트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제주왔구로’ 행사를 멋지게 만들어낸 3학년 선생님들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제주왔구로’ 행사를 멋지게 만들어낸 3학년 선생님들

구로중학교는 4월 2일 제주도의 명소를 본떠 교정 곳곳을 꾸미고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한 ‘제주왔구로’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3월 창궐한 코로나19로 수학여행도 가보지 못한 채 집 안에만 갇혀 있던 중3 학생을 위한 기획이다. 이 학교 중3 학생 141명은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졸업여행도 갈 수 없는 상황. 이런 제자들을 안타까워한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갈 수 없다면 가져오자”라고 의기투합했다.

“어서 오십시오. 구로 중앙 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구로 중앙 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1시 45분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선생님들은 학교 중앙현관에 공항의 모습을 본뜬 보안검색대를 마련하여 열화상 카메라를 두고 ‘입도’하는 학생의 발열 체크를 했다. 선생님들은 친절한 승무원으로 분해 학생을 안내했다. 본격적인 여행은 1시부터 시작했다. 7개 반은 각자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중앙현관을 나섰다.

구로중학교 명물 사과꽃나무 앞에서 재치 만점 추억 남기기구로중학교 명물 사과꽃나무 앞에서 재치 만점 추억 남기기

구로중학교 명물 사과꽃나무 앞에서 재치 만점 추억 남기기

현관을 나선 학생을 맞이한 것은 한림공원이다. 구로중학교 명물인 사과꽃나무 화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단체 촬영 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었다.

단체 사진 ‘찰칵’ 웃음꽃 ‘활짝’
제주 4.3 아픈 역사 새기기도

단체 사진 ‘찰칵’ 웃음꽃 ‘활짝’
제주 4.3 아픈 역사 새기기도

축구 골대 앞에 마련한 성산일출봉 앞에서 반 친구들과 멋진 추억 남기기

축구 골대 앞에 마련한 성산일출봉 앞에서 반 친구들과 멋진 추억 남기기

운동장 한쪽에는 축구 골대를 활용한 성산일출봉 펼침막이 있었다. 20명 남짓한 반 친구들은 각자 재미난 자세를 잡으며 단체로 사진을 찍었다. 재밌는 자세를 취한 친구를 보며 또다시 웃음보가 터진 학생도 많았다.

파란 바닥으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중문해수욕장으로 변신한 농구장에서

파란 바닥으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중문해수욕장으로 변신한 농구장에서

조금 멀리 농구장은 중문해수욕장이 됐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을 품은 그곳을 학생들도 좋아했다. 한 학생은 “나와서 노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부는 싫으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강의는 지겨워요!”

아름다운 제주에 담긴 아픈 역사를 만나는 제주 4.3 미술관을 둘러보는 아이들
아름다운 제주에 담긴 아픈 역사를 만나는 제주 4.3 미술관을 둘러보는 아이들

아름다운 제주에 담긴 아픈 역사를 만나는 제주 4.3 미술관을 둘러보는 아이들

다음 제주 여행 코스는 4.3 미술관이다. 제주 4.3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는 화가이자 제주도를 대표하는 강요배 화백의 작품을 전시했다. 하하 호호 즐거웠던 학생들의 시선이 그림에 붙들렸다. 1반 김민규 학생은 작품을 보면서 “무섭다”라고 말했다. 한 줄로 늘어서 총을 쏘는 군인을 그린 강요배 화백의 그림을 보고 있었다. 총부리가 향한 곳은 그림엔 묘사되지 않았다. 그는 잘 몰랐던 역사를 이번 졸업여행을 통해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구로라빈스 4월의 메뉴, 원조 교장하르방의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구로라빈스 4월의 메뉴, 원조 교장하르방의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구로라빈스 4월의 메뉴, 원조 교장하르방의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구로라빈스 4월의 메뉴, 원조 교장하르방의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교장실은 우도로 꾸몄다. 송일민 교장선생님(61)과 교감선생님이 직접 우도의 땅콩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줬다. 아이스크림 맛이 어떠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입을 모아 “맛있다”고 외쳤다. 교장 선생님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이 학교에서 신나고 재밌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생이 재밌는 추억을 남길 수 있었고, 제주 4.3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 여러모로 뜻깊은 행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혁신학교인 구로중학교는 2019년 수업혁신을 중점과제로 삼고있다”라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교사를 주축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다양한 교육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채민 선생님, 구로중학교 3학년 7반 담임
구로라빈스 4월의 메뉴, 원조 교장하르방의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코로나19 이후 학급 단위 활동 처음, 학생들 즐겨줘서 고마워”

이번 행사는 제주 4.3을 알리는 교육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했어요. 학교와 학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3월 중순부터 준비를 시작해 졸업여행 콘셉트의 행사로 확장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걱정했지만, 학부모님들도 즐거운 행사로 만들어달라며 응원해주셔서 힘이 됐습니다.
준비는 많은 선생님이 같이 해줬는데요. 오랜만에 학교가 활력이 넘쳤어요. 학생들이 잘 동참해줘서 고맙습니다.
학생들이 반별 단체복을 스스로 정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어요. 반별 단체복을 만들면 이런저런 형편 때문에 동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강제하지 않았는데요. 학생들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복장을 정했어요. 저희 반 학생들은 정했던 단체복을 제주 4.3 교육 이후 부적절하다며 다른 복장을 바꾸더라고요.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학생들이 더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진행하지 못한 점은 아쉬워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고, 이번 행사 이후 1, 2학년 학생을 위한 행사도 준비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제주 4.3과 제주도를 테마로 스크래치 페이퍼를 만드는 아이들
제주 4.3과 제주도를 테마로 스크래치 페이퍼를 만드는 아이들
제주 4.3과 제주도를 테마로 스크래치 페이퍼를 만드는 아이들

제주 4.3과 제주도를 테마로 스크래치 페이퍼를 만드는 아이들

이미성 학생, 구로중학교 3학년 5반
인터뷰02

“수학여행 못 갈 때 울고 싶었어요, 선생님 감사해요”

수학여행을 못 간다는 걸 알았을 때 울고 싶었어요. 놀이공원이나 제주도에 놀러 가고 싶었어요.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 학교 명물인 사과꽃나무 아래가 가장 예뻐서 좋았어요. 제주 4.3 전시관도 인상 깊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제주도를 가봤지만 잘 몰랐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 알게 됐고 전시된 그림에 담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개학하고 학교에 나와 친구를 보고 선생님과 마주해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제주 4.3에 대한 생각을 적는 학생들
영상으로 제주의 역사를 만나는 학생들

아이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됐다.

구로라빈스 4월의 메뉴, 원조 교장하르방의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여러 친구와 밖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난해에는 학교가 문을 닫아 온라인 수업만 했는데 지루했어요. 수업도 잘 못 들었죠. 친구들 얼굴도 잘 몰랐고요. 그래도 올해에는 학교에 나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수업도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행사는 주로 사진을 찍는 게 많았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고, 제일 좋고 재밌었어요.

신나게 전통놀이를 즐기는 학생들
제주도 여행을  떠난 것처럼 신난 아이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오랜만에 밖에서 함께 전통놀이와 촬영을 하며 신나는 하루를 보낸 구로중학교 3학년 학생들

이재 기자  이미지 ⁄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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